시험 전날 밤, 남은 시간 쓰는 법

시험 전날 밤 10시, 아직 못 본 단원이 남아 있으면 누구나 같은 고민을 합니다. 한 번 더 읽을지, 문제를 풀지, 잠을 줄일지 정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는 기억을 다룬 연구가 꽤 분명한 답을 내놓은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한 번 읽은 단원은 책을 덮고 떠올리는 데 쓰고, 잠은 줄이지 않는 쪽이 연구 결과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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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기와 떠올리기, 일주일 뒤에 갈린 차이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의 로디거와 카피키가 2006년 학술지 Psychological Science에 낸 연구가 자주 인용됩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 대학생 180명이 256단어나 275단어 길이의 영어 지문 하나를 5분씩 네 번 공부했습니다. 한 집단은 네 번 모두 읽었고, 한 집단은 세 번 읽고 한 번은 책을 덮은 채 기억나는 대로 적었고, 마지막 집단은 한 번 읽고 세 번을 떠올려 적었습니다. 떠올려 적을 때 정답을 보여 주지는 않았습니다.

공부 방식5분 뒤 기억일주일 뒤 기억지문을 읽은 횟수
네 번 읽기83%40%14.2회
세 번 읽고 한 번 떠올리기78%56%10.3회
한 번 읽고 세 번 떠올리기71%61%3.4회

5분 뒤에 본 시험에서는 많이 읽은 쪽이 앞섰지만 일주일 뒤에는 순서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지문을 세 번 남짓 읽은 집단이 열네 번 넘게 읽은 집단보다 더 많이 기억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도 이틀 뒤 시험에서 떠올린 쪽이 68%, 다시 읽은 쪽이 54%였습니다. 눈여겨볼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네 번 읽은 집단이 일주일 뒤에도 잘 기억할 거라고 가장 자신했습니다. 여러 번 읽어 눈에 익은 느낌이 외웠다는 느낌처럼 다가온 셈입니다.

이 연구가 하룻밤 간격을 따로 재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다시 읽기가 앞선 것은 5분 뒤뿐이었고 이틀 뒤에는 이미 떠올리기가 앞섰습니다. 내일 아침 시험이라면 이미 한 번 읽은 단원은 책을 덮고 떠올리는 쪽에 시간을 거는 편이 낫습니다.

잠이 외운 것을 붙잡아 둡니다

독일 뤼베크대학교 연구진은 2006년 고등학생에게 단어를 외우게 한 뒤 기억을 비교했습니다. 외우고 나서 몇 시간 안에 잠을 잔 경우 하루 중 어느 때 외웠는지와 관계없이 단어를 더 잘 기억했고, 잠을 못 자게 한 경우는 다음 날 푹 자고 난 뒤에도 손해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니 밤에 외운 내용은 그 뒤에 이어질 잠까지 계획에 넣어야 합니다.

잠은 다음 날 새로 들어오는 기억에도 영향을 줍니다. 2007년 학술지 Nature Neuroscience에 실린 연구에서는 하룻밤을 꼬박 새운 사람의 해마 활동이 새 기억을 담는 동안 눈에 띄게 떨어졌고, 나중에 기억하는 양도 줄었습니다. 밤을 새우고 시험장 앞에서 요약 노트를 훑으면 그 내용이 잘 들어가지 않는 이유입니다.

고등학생을 직접 따라간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 UCLA 연구진은 학생 535명에게 9학년, 10학년, 12학년 때 각각 14일 동안 매일 공부 시간과 수면 시간을 기록하게 했습니다. 평소 공부량과 관계없이 평소보다 잠을 줄여 공부를 더 한 날의 다음 날에는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더 어려워했고 과제나 시험에서도 더 고전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잠을 줄여 공부하는 날이 늘어나 이런 일도 잦아졌습니다.

밤샘이 몸에 남기는 것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연구진은 2000년에 39명을 28시간 동안 재우지 않으면서 반응 속도와 정확도를 쟀고, 같은 사람들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에도 같은 과제를 시켰습니다. 17시간에서 19시간 동안 깨어 있자 일부 과제의 성적이 혈중알코올농도 0.05%일 때와 같거나 더 나빴고, 몇몇 과제에서는 반응 속도가 그 농도일 때보다 최대 50% 느렸습니다. 더 오래 깨어 있자 실험에서 준 가장 높은 알코올 농도인 0.1%일 때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내 하루에 대 보면 이렇습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난 사람은 자정이면 17시간, 새벽 2시면 19시간째 깨어 있습니다. 그대로 밤을 새우고 오전 9시 시험을 보면 26시간째 깨어 있는 상태로 답안지를 받습니다. 자정을 넘겨 붙잡는 한 시간은 이런 몸 상태로 하는 공부라는 점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남은 시간별 계획

계획은 잘 시각부터 정하고 시작합니다. 시험이 오전 9시이고 준비와 이동에 2시간이 걸린다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하고, 8시간을 자려면 밤 11시에는 누워야 합니다. 지금 시각에서 그 시각까지가 오늘 쓸 수 있는 공부 시간입니다.

잘 때까지 남은 시간먼저 할 일이번에는 버릴 일
5시간 이상전 범위 목차를 백지에 적고 기억나는 내용을 단원별로 채운 뒤, 빈칸이 많은 단원부터 책을 확인합니다처음부터 끝까지 정독, 필기 정리 다시 하기
3~4시간배점이 큰 단원과 선생님이 강조한 곳만 골라 떠올리기와 문제 풀이를 번갈아 합니다배점 작은 단원, 새 문제집
1~2시간틀렸던 문제를 해설을 가린 채 다시 풀고, 공식과 정의는 카드로 만들어 앞면만 보고 말해 봅니다아직 한 번도 안 본 단원 새로 시작하기
1시간 미만오늘 본 것 가운데 헷갈린 것만 책을 덮고 떠올린 다음 눕습니다새 내용 전부

단원을 하나 끝낼 때마다 책을 덮고 1~2분 동안 방금 본 내용을 소리 내 말하거나 적어 보세요. 막히는 곳만 다시 펴서 확인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읽은 것과 떠올릴 수 있는 것의 차이가 드러나서 남은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할지가 저절로 보입니다.

벼락치기 성공 운세는 남은 시간과 컨디션을 고르면 집중력과 암기운, 시간운을 점수로 보여 줍니다. 점수는 재미로 보고, 오늘 밤 할 일은 위 표에서 고르세요.

버릴 것과 남길 것

전날 밤에 가장 많이 새는 시간은 노트를 예쁘게 다시 정리하는 시간과 형광펜으로 줄을 긋는 시간입니다. 손은 바쁘지만 머리는 이미 아는 내용을 옮겨 적고 있을 뿐입니다. 친구와 단톡방에서 범위를 다시 확인하거나 공부법 영상을 찾아보는 일도 오늘은 미뤄 두세요.

남겨야 할 것은 이미 틀려 본 문제입니다. 틀린 문제는 내가 어디서 헷갈리는지를 정확히 알려 주고, 같은 유형이 다시 나오면 바로 점수가 됩니다. 기출문제가 있다면 해설을 가리고 다시 풀어 보는 것이 가장 시험에 가까운 연습입니다. 마지막 30분은 새 내용을 넣지 말고 오늘 떠올려 본 것을 한 번 더 떠올린 뒤 바로 눕습니다.

카페인은 양과 시각을 같이 봐야 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청소년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을 몸무게 1kg당 2.5mg으로 정했고, 60kg이면 150mg입니다. 저녁에 마신 카페인이 잠드는 시각을 늦추면 위에서 본 잠의 효과까지 같이 잃습니다.

시험 당일 아침

아침에는 새로 읽기보다 어젯밤 만든 카드나 백지 목차를 보고 한 번 떠올리는 정도가 알맞습니다. 시험장에 도착하면 첫 과목의 공식이나 연도처럼 시험지를 받자마자 적어 둘 것만 확인하고, 다른 사람이 보는 자료를 따라 보지 않습니다. 답을 맞혀 보는 대화는 시험이 모두 끝난 뒤로 미룹니다.

자주 묻는 질문

시험 전날에는 몇 시간 자야 하나요?

미국수면의학회는 13세부터 18세까지는 하루 8~10시간을 꾸준히 자라고 권합니다. 잠드는 시각은 평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잡고, 일어날 시각부터 거꾸로 계산해 그 안에서 최대한 확보하세요.

그래도 밤을 새우는 게 나은 경우가 있나요?

시험 범위를 한 번도 펴 보지 않아서 지금 처음 읽어야 하는 경우라면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밤을 새우면 다음 날 새로 보는 내용을 기억에 담는 힘이 떨어지고, 17시간 넘게 깨어 있으면 반응 속도와 정확도도 떨어집니다. 이 둘을 직접 비교한 연구는 없지만, 위 결과로는 몇 시간이라도 자고 새벽에 일어나 이어서 보는 쪽을 권합니다.

에너지음료를 마시고 버텨도 되나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청소년의 카페인 최대 일일섭취권고량은 몸무게 1kg당 2.5mg이고, 60kg이면 150mg입니다. 한 캔에 든 양은 제품마다 다르니 포장에 적힌 카페인 함량부터 확인하세요. 저녁 늦게 마시면 정작 자야 할 시간에 잠이 안 와서 남은 잠까지 줄어듭니다.

다시 읽기는 아예 쓸모없나요?

쓸모가 없지는 않습니다. 처음 보는 단원은 한 번은 읽어야 떠올릴 거리가 생깁니다. 문제는 이미 한 번 읽은 내용을 두 번, 세 번 다시 읽는 것입니다. 두 번째부터는 책을 덮고 떠올린 뒤 빠진 곳만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꾸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이 남습니다.

확인한 곳

Roediger와 Karpicke, Test-Enhanced Learning(Psychological Science, 2006), Gais, Lucas와 Born, Sleep after learning aids memory recall(Learning and Memory, 2006), Yoo 외, A deficit in the ability to form new human memories without sleep(Nature Neuroscience, 2007), Gillen-O'Neel, Huynh와 Fuligni, To study or to sleep?(Child Development, 2013), Williamson과 Feyer, Moderate sleep deprivation produces impairments in cognitive and motor performance(Occupational and Environmental Medicine, 2000), 미국수면의학회 소아청소년 권장 수면시간 합의문(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 2016), 식품의약품안전처 청소년 카페인 섭취 안내(정책브리핑, 2021년 6월 1일). 2026년 10월 30일 기준으로 확인했습니다. 제도와 일정은 바뀔 수 있으니 중요한 결정 전에는 원문을 한 번 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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